LONELY GENTLEMAN IN HIS ONLY SUIT 12
고독한 단벌신사 : 제12화 오트렉
고독한 단벌신사(Lonely Gentleman in His Only Suit)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소개하는 SSC 연재물로써, 원덕현 디렉터가 직접 단벌 착장을 입고 평상시에 좋아하는 공간 혹은 가고 싶었던 공간을 직접 방문하여 그의 일상을 소소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카테고리와 지역, 인물 등 상관없이 골고루 소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열두 번째 고독한 단벌신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주제
와인
장소
오트렉 (Otrec)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41길 43, 3층
@otrec_seoul
영업
화 - 목 18:00 ~ 24:00
금요일 18:00 ~ 01:00
토요일 17:00 ~ 24:00
일, 월 휴무
예약
인스타그램 DM / 캐치테이블
크레딧
출연 원덕현
촬영 채지환
작가 정혜원
(*일부 이미지 오트렉 제공)
프롤로그
수년 전 우연히 일본 도쿄에서 BLANKOF(블랭코프)의 가방을 메고 있는 한 남자를 보았고, 서로 신기해하며 대화를 하였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서울 을지로에 내추럴 와인을 파는 다이닝 바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갔더니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이 사실이 우리가 얼마나 우연하게도 인연들을 스쳐 지나가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스쳐지나느냐 아니면 조금의 시간을 가지고 대화를 하였느냐의 차이가 '서비스가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를 만들었습니다. 농담입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로 시작하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고독한 단벌신사 (이하, 고단신) : 오트렉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트렉 박건태 대표 (이하, 박건태 대표) : 오트렉은 서울 중구 을지로, 충무로 일대 인현시장 속에 자리한 내추럴 와인 다이닝입니다. 해외에서 유수의 경력을 쌓은 셰프님들의 감각적인 유러피안 컨템퍼러리 다이닝과 내추럴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고단신 :  오트렉의 뜻은 무엇인가요?

 

박건태 대표 : 오트렉은 비공식적인, 공개하지 않기로 하는 등의 의미를 가진 Off The Record에서 O, T, REC를 따서 만든 이름입니다. 서울 중심부인 을지로의 빌딩 숲속에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일상을 내려놓고 온전히 이 공간에서 마주하는 사람들과 공적인 일이 아닌 사적인 관계에 집중할 수 있는 편안한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의도로 만들었습니다.

 

 

고단신 : 오트렉의 멤버들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건태 대표 : 우선 오트렉의 키친 멤버는 세 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게의 기둥인 헤드 셰프 두 분이 오트렉을 일궈주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김종근, 조영동 셰프님이 바로 그분들입니다. 두 분은 요리학교 동기로 우연한 기회에 호주와 덴마크, 프랑스 등 해외를 같이 다니며 각자의 색깔에 맞는 다이닝에서 경력을 쌓아온 친구(형, 동생) 사이입니다. 그리고 주방의 막내이자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황민혁 군이 있는데요. 황민혁 군은 두 헤드 셰프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일하던 시절 만나게 되어 두 셰프를 보고 요리사의 꿈을 갖게 된 케이스입니다. 이후 요리를 시작하며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다가 오트렉에 합류한 요리사입니다.

 

오트렉의 운영에는 저와 함께 동업을 하는 친구 둘이 더 있습니다. 저희가 본업은 영상을 제작하는 일을 하는데, 한 명은 영상 제작을 도맡아 하고 있고요. 또 한 명은 영상 제작도 하고, 오트렉 운영에도 참여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랄까요. 마지막으로 저는 오트렉만 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고단신 : 오트렉을 오픈하는 과정에서의 비하인드스토리가 있나요? 어떻게 만나게 되어 의기투합하게 되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박건태 대표 : 같이 동업하는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가족 같은 사이입니다. 제가 일본 유학 시절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던 중, 한국에 있던 두 친구들이 사업을 시작해보자는 제안이 있었고, 요식업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의기투합하여 내추럴 와인바를 구상했습니다. 당장의 문제는 요리할 사람의 부재였는데, 두 친구 중 한 명의 군대 훈련소 동기가 밍글스라는 미슐랭 투스타를 받은 국내 레스토랑의 오픈 멤버였습니다. 그 친구가 두 셰프님을 소개를 시켜주었습니다.

 

자본이 많은 상태도 아니었고, 부동산 계약만 해놓은 상황에서 패기 하나만으로 두 세프님들과 첫 미팅을 했었는데, 후일담으로 두 셰프님들은 이 친구들과 함께 일하면 재미있는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어마어마한 미슐랭 스타급 레스토랑의 경력을 가진 두 셰프님들을 모셨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고단신 : 진정성 있는 스토리네요. 대부분 좋아서 시작하면 그 스토리는 비슷한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돈이 충분히 있어서 무언가 해보자 하면 절실함은 없는 것 같거든요.

 

박건태 대표 : 맞아요. 저희가 오트렉 오픈 준비의 1부터 10까지 하나하나 발품 팔아 진행하다 보니 모든 것들에 애착이 강한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겹겹이 쌓여지면서 팀워크도 다져지는 것 같고. 지금은 이 상태를 오래 끌고 가려고 하는 게 목표입니다.

 

 

고단신 : 저희가 일본에서 우연찮게 마주친 적이 있잖아요.

 

박건태 대표 : 맞아요. 광고를 전공하며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던 시절 어학연수 중이었는데 하라주쿠 거리에서 만나 뵈었던 기억이 나네요. 일본인 친구와 쇼핑을 하던 중 당시 블랭코브 가방을 메고 있었죠. 제가 일본어를 쓰고 있어서 일본인이 블랭코브 가방을 메고 있는 줄 알고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오신 것 같았어요. 어릴 때부터 블랭코브를 좋아했던 팬이었어서 제가 아마 먼저 알아뵙고 인사를 드렸었던 기억이 나네요.

 

 

 

 

고단신 : 요리 혹은 와인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박건태 대표 : 저는 사실 와인보다는 음식을 정말 좋아하는데, 어려서부터 먹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가장 컸어요. 늘 맛집을 찾아다니며, 여행지를 골라도 음식부터 뭐 먹을지 정할 정도로 음식을 좋아해요. 노포부터 파인 다이닝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맛을 쫓아다니죠. 와인은 사실 좋아한지 엄청 오래되지는 않았어요. 술을 잘하는 체질이 아니다 보니 아직도 매일 같이 와인을 마실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공간에 가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와인을 마실 때 걱정과 근심 혹은 스트레스가 다 잊혀지는 것 같아서 내추럴 와인은 그 부분에서 참 좋은 매개체라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내추럴 와인의 주스 같은 느낌, 쨍한 산도 이런 것들이 짜릿한 느낌을 주더라고요. 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칠링 해서 내추럴 와인을 먹었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아요. 소주 먹을 때랑 와인 먹을 때랑 나누는 대화의 무드도 사실 조금 달라서 그런 점들도 좋고요.

 

또 내추럴 와인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규정된 정의를 탈피하려는 어떤 운동처럼 느껴져서 좋은 것 같아요. 내추럴 와인의 와이너리만 가봐도 클래식한 컨벤션 와인보다도 와인 제조 과정에 정성을 들이는 분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양조법 같은 규정된 틀을 싫어하고, 내가 기른 포도는 내가 제일 잘 안다는 확신과 신념이 뚜렷한 분들. 멋있어요. 그런 마음가짐에서 오는 히피 문화적인 자유로운 마인드도 맘에 들고요.

 

 

 

 

고단신 : 전통적인 와인 문화를 향유하는 프랑스 상류층에선 내추럴 와인은 와인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어요.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박건태 대표 : 전통적인 와인, 컨벤션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내추럴 와인은 식초 혹은 주스로 느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내추럴 와인은 전통적인 클래식한 와인과는 완전히 다른 신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그렇다고 해서 내추럴 와인이 무조건 산도가 높고 주스 같고 하진 않거든요. 심지어 클래식 와인보다 풍미와 깊이를 가진 내추럴 와인도 많다고 생각하고요. 개인적으로는 편견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아예 다른 신으로 보는 게 오히려 이 신을 향유하는 사람들에게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고단신 : 반대로 트렌드로도 비치고 있는 상황인데,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건태 대표 : 한국 사람들이 너무 유행에 민감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 자체가 유행만 빠르게 쫓아가는 경우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서 내추럴 와인 자체가 유행으로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기는 해요. 이런 점에서 확실히 내추럴 와인을 즐기는 소비자의 파이가 커져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또 다른 시각으로는 소비층이 두터워지지 않았는데 업장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거든요. 자칫하면 내추럴 와인이 유행에 이어 문화로 정착되기 전 그 아이템 자체에 물리거나 질리지 않을까 하는 점이요. 이 부분에 있어선 저희 오트렉만의 경쟁력을, 색깔을 좀 더 보여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고단신 : 내추럴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쉬웠던 점이 국내의 내추럴 와인바라고 해서 가보았을 때 내추럴 와인이 아니었던 경우도 많았고, 설명이 잘못된 경우나 정보가 정확하지 않았던 경우가 있었어요. 트렌드에 편승하려는 경우도 있는 것 같고요. 지금 문화가 유입이 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내추럴 와인에 대해 잘못된 정보가 전달이 되면, 다른 식으로 해석이 되고 정착이 될 것 같아요. 

 

박건태 대표 : 저희도 그런 부분을 굉장히 경계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사례를 예로 들자면, 사실 가격에 제약을 두지 않고 추천을 드리고자 하면 맛있는 와인을 정말 자신 있게 추천해드릴 수 있거든요. 그런데 내추럴 와인 자체가 저렴한 가격대가 아니다 보니 트렌드를 쫓아 “우리도 내추럴 와인 좀 마셔보자” 하고 오신 분들께 저렴한 가격대만으로 추천을 해드리기가 상당히 애매하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한 가격대의 와인을 추천해드렸을 때 그게 내추럴 와인에 대한 첫인상이 되고 실망하실까봐, 내추럴 와인도 별거 없네 하실까 봐요.

 

저렴한 가격대에서 좋은 와인을 찾아 소개해드리는 것도 저희의 일이긴 하지만 옷도 마찬가지잖아요. 공정에 따라 값어치가 달라지고 디테일이 달라지는 것처럼 와인도 양질의 포도를 사용했다던가, 생산량이 적어 희귀성을 띤다던가 하는 부분들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거든요. 이 부분에서는 저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페어링을 안내해야하고, 어떻게 내추럴 와인이라는 문화를 잘 알릴 수 있을까 여러가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고단신 : 을지로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어떤 부분이 매력적인가요?

 

박건태 대표 : 해외여행을 갈 때 여행책을 보면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구분하여 소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시가지의 경우 계획적으로 설계된 도심의 느낌을 주고 구시가지는 오래전 모습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맛있는 식당들 혹은 전통 있는 가게들은 대부분 구시가지에 위치해있고 문화적으로도 더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중구, 종로구가 구시가지, 강남구가 신시가지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중구, 종로구의 모습을 보면 진짜 서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문화적으로도 더 포용성이 있는 지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늘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레트로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을지로, 퇴계로가 포용할 수 있는 문화적 스펙트럼에 저희가 기획한 오트렉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요. 그렇게 시장 골목에 유러피안 퀴진 다이닝 바를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트렉에 오시면 창밖으로 남산이고 보이고, 반대쪽으로는 빌딩이 보여요. 아래쪽은 인현 시장, 전통 시장의 모습도 보이고요. 이런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찾아오기 힘든 점, 건물 3층에 위치한 점 이런 요소들은 말씀드린 매력 포인트에 가려져 전혀 재고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네요.

 

 

 

 

고단신 : 내추럴 와인이 예전보다 인지도가 높아진 것 같지만, 아직까지 내추럴 와인이 생소할 수 있는 분들에게 내추럴 와인에 대해 소개를 한다면?

 

박건태 대표 : 내추럴 와인은 정말 말그대로 내추럴이에요. 심혈을 기울여 키운 포도만으로 아무것도 더하지 않고 빼지 않은 와인이죠. 전통적인 클래식 와인들은 대부분 200여 가지의 화학 첨가물(이산화황, 산화방지제, 보존제 등)이 있는데 내추럴 와인은 유기농임은 물론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고 만든 와인입니다.

 

 

 

 

고단신 : 이산화황의 함유 여부, 함유량 등으로 내추럴 와인의 기준을 나누는데 갑론을박이 많아요.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박건태 대표 : 애매한 상황인 것 같아요. 이산화황은 따로 첨가하지 않아도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해요. 내추럴 와인이라는 용어를 명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걸로 알고 있고 최근 들어서야 프랑스 쪽에서 생겼다고는 들었는데 아직은 시작 단계인 것 같아요. 내추럴 와인 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유통도 많이 되고 소비도 많이 되는 국가들에서 규정들이 좀 생기고 해야 그런 갑론을박이 잠잠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은 누가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요.

 

 

 

 

고단신 : 오트렉만의 내추럴 와인 셀렉 기준이 있다면?

 

박건태 대표 : 오트렉에 찾아오시는 손님들 중에는 내추럴 와인을 평소 즐기는 분들보다는 처음 드시는 손님들이 더 많으세요. 그래서 너무 난해하거나 마니악 한 와인보다는 어느 정도 대중성을 띠는 와인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와인을 셀렉하는 재필 군(동업자)이 저와 와인 취향이 많이 달라서 서로의 취향에 맞는 와인들을 적절히 섞는 것도 저희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직관적으로 맛있고 과실향이 느껴지는 펑키 한 느낌을 좋아하고, 재필 군은 내추럴 와인 중에서도 굉장히 클래식한 컨벤션 와인 같은 와인을 좋아해요. 손님들도 당연히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도 계시고, 재필 군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취향에 맞게 안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박건태 대표, 김종근 셰프, 최재필 공동 대표, 김태우 공동 대표, 조영동 셰프

 

 

 

고단신 : 박건태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내추럴 와인과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건태 대표 : 좋아하는 와인이 너무 많아서 가장 좋아하는 한 가지를 고르는 게 굉장히 어렵지만, 여러가지를 따져봤을 때 La Grange de l’Oncle Charles(라 그랑쥬 드 롱클 샤를) 와이너리의 Jerome Francois(제롬 프랑수아) 생산자가 만든 Alsace(알자스)라는 와인입니다. 사실 더 고급스럽고 더 맛있는 와인은 많지만, 제 기억 속에 정말 좋은 와인이에요.

 

내추럴 와인바를 준비하면서 시장 조사를 위해 갔던 후쿠오카의 내추럴 와인바에서 처음 마셨고, 국내에선 제가 정말 애정 하는 ‘레이저 스미스’라고 하는 수입사에서 수입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수입된 Jerome Francois(제롬 프랑수아)의 Alsace(알자스)를 시음하기 위해 1병만 수입사에서 받은 뒤 시음을 하고는, 같이 동업하는 재필 군을 설득해서 국내에 남은 수량을 거의 다 오트렉에서 싹쓸이 해와 두고두고 판매하다가, 현재는 1병만 남아서 저희가 마시려고 보관 중입니다. 처음 오픈을 하면 동치미 혹은 신 김치 뚜껑을 열었을 때 나는 발효의 향이 어마어마하지만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마시다 보면 좋은 산도와 프루티함, 그리고 효모의 향들이 입안에서 각각 밸런스를 잘 맞추며 너무 마시기 편한 와인입니다. 요즘같이 더운 날에 시원하게 칠링 하여 드시기 1시간 전부터 열어두고 마신다면 너무 좋을 것 같네요. 하지만 남아 있는 가게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웃음)

 

Domaine Gerard Schueller(도멘 제라르 슐러)의 Pinot Blanc(피노 블랑)도 추천드립니다. 70%는 화이트 와인, 30%는 오렌지 와인처럼 제조 후 블렌딩한 와인인데 탁한 쿨피스 색이에요. 맛도 실제로 그렇고요. 펑키하고 산도도 좋고요. 어느 날 시음회를 갔다가 이게 너무 맛있어서 시음을 하다 하다 저녁 영업 때 숙취 해소제를 먹고 근무했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던 와인이었어요. 손님들에게 안내했을 때 반응이 좋은 와인 중 하나고요.

 

 

버터 헤드 레터스

 

 

고단신 : 위 질문에 추천한 와인과 페어링 할만한 메뉴를 추천 부탁드립니다.

 

박건태 대표 : 오트렉에 있는 메뉴와 같이 드신다면 버터 헤드 레터스라는 메뉴를 추천드립니다. 치킨 스킨 크럼블, 상큼한 치킨 비네그레트 소스, 반숙란 그리고 허브 믹스로 감칠맛이 좋은 샐러드이고요. 계절 야채샐러드도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초리소 사워 도우라는 메뉴인데, 사워 도우를 버터에 토스트 한 뒤 초리소라는 소시지로 만든 라구 페스토, 올리브유를 발라 두번 구운 파프리카, 고수와 대파를 레몬주스에 버무린 샐러드를 올린 메뉴입니다.

 

간단하게 와인만 드신다고 하면 사워 도우와 발효 버터만 시켜놓고 와인에 집중해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고단신 : 국내에 내추럴 와인을 취급하는 내추럴 와인바와는 다른 오트렉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박건태 대표 :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아무래도 음식이 아닐까 싶어요. 쉽게 접하기 힘든 퀄리티의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죠. 그리고 멤버들의 에너제틱 한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오랜 시간 서서 일하다 보면 지치고 힘들 법도 한데, 저희는 쉬지 않고 웃고 떠들며 서로 에너지를 불어 넣으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에너지들이 가끔은 손님들에게 전해졌는지 SNS의 후기에 적으시는 분들도 게시고, 다 드시고 가시기 전에 멤버들의 파이팅이 전해졌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고단신 : 오트렉을 이용하는 방법 혹은 방문 예정인 손님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박건태 대표 : 오트렉의 사용 설명서는 저희 기획 의도대로, 오트렉의 이름처럼 일상의 전원을 끄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즐기면서 서로에게 집중하며 조금이나마 삶의 무게를 한 꺼풀 벗겨내고 기분 좋게 돌아갈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고단신 : 오트렉을 방문했던 분들에게 어떠한 공간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는지?

 

박건태 대표 : 오트렉의 입장에서 보면 오트렉의 이름 그대로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설렘을 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공간들은 늘 저에게 설렘을 선사하거든요. 오트렉에 가기 전에 오트렉에 가서 먹을 맛있는 음식과 와인,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와 즐거운 음악 등을 생각하며, 오시는 발걸음엔 설렘을 가시는 발걸음엔 행복함을 주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고단신 : 스스로에게 오트렉이란 무엇인가요?

 

박건태 대표 : ‘HOME SWEET HOME’입니다. 사실 진짜 집은 잠만 자는 공간이 되어버렸고, 오트렉이야말로 하루 종일 머물며 일하고 멤버들과 밥 먹고 동고동락하며 하루에 13시간 이상 머무는 공간이에요. 일터라고 생각하면 불편하고 스트레스 받을 법도 하지만, 멤버들과 마음이 너무 잘 맞아서 늘 너무 즐겁고 행복한 공간이기에 다른 곳에 있을 때 느끼지 못하는 안정감과 행복을 주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손님들과 교류도 너무 즐거워요. 오트렉의 음식을 드시고, 제가 추천드리는 와인을 마시고 행복해하는 분들을 보며 정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집에 퇴근하는 길보다 출근하는 길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고, 와서도 늘 스위트한 공간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고단신 : 오트렉이 세운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박건태 대표 : 오트렉이 세운 목표는 현 시장에 있는 노포들처럼 오래오래 고객들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늘 창의적이고 새로운 음식을 제공해야 하고 늘 좋은 와인을 추천하며 손님들과의 추억을 쌓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항상 저희만의 색깔을 보여주며 오래오래 고객들의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높은 곳에 자리하고 싶습니다.

 

 

고단신 : 꿈은 무엇인가요?

 

박건태 대표 : 제 개인적인 꿈은 위에 말씀드린 대로 오트렉의 목표처럼 오래오래 오트렉을 지키고 싶습니다. 친한 사람들과 동업을 하게 되면 돈도 잃고 친구도 잃을 수 있다는 속설들이 많은데 그런 편견들을 타파하고 싶달까요?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사업적으로 성장이 더뎌지더라도 지금 같이 지내고 있는 멤버들과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고요. 더 다양한 가게도 해보고 싶어요. 내추럴 와인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콘셉트의 가게도 구상 중인 상황입니다.

1. Jerome Francois - Alsace
2. Domaine Gerard Schueller - Pinot Blanc
에필로그
몇 년 전부터 서울에 꽤 많은 내추럴 와인숍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다행히도 괜찮은 와인들도 괜찮은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제대로 다루고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기도 했는데요. 이곳은 와인에 대한 설명이 대화하는 듯 자연스러워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요리는 여전히 먹기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 이곳의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싶네요.

저는 조만간 또 시간을 내어 가고 싶은 장소입니다. 이미 촬영 후에도 3번 정도를 더 다녀왔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다음 회에서도 더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독한 단벌신사는 콘텐츠 촬영을 빌미로 음식 혹은 제품의 무료 제공을 원하거나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느낀 점을 좀 더 자유롭게 쓰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 중요한 것은 저희는 홍보 파급력이 기대 이하이거나 없습니다. 귀찮게 찾아가서 요청하였으나 좋게 생각해주시고 승낙해주신 모든 업체분들께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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