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LY GENTLEMAN IN HIS ONLY SUIT 21
고독한 단벌신사 : 제 21화 박서보 개인전
고독한 단벌신사(Lonely Gentleman in His Only Suit)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소개하는 SSC 연재물로, 원덕현 디렉터가 직접 단벌 착장을 입고 평상시에 좋아하는 공간 혹은 가고 싶었던 공간을 직접 방문하는 그의 일상을 소소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카테고리와 지역, 인물 등 상관없이 골고루 소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스물 한 번째 고독한 단벌신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주제
박서보 개인전(PARK SEO-BO)
장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 54, 국제갤러리
기간
~2021. 10. 31
영업
월~토요일 10:00~18:00
일요일 및 공휴일 10:00~17:00
문의
02-735-8449
크레딧
출연 원덕현
촬영 홍두리
작가 박진명
프롤로그
이번에 찾아간 곳은 너무나도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박서보의 개인전입니다. 이번 개인전은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한 이후 2년 만에 국제갤러리에서 다시 열렸습니다. 저는 서양화가보다 동양화가 그중에서도 몇몇 한국 화가들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그림 안에서 집념을 느낄 수 있어서인데요. 어떻게 보면 사람이 만든 것인지 자연이 만든 것인지 혹은 함께 만든 것인지 그 비율을 헤아릴 수 없지만 그 두 가지가 결합된 결과에 큰 울림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박서보 작가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연락을 시도했지만, 여러 가지 상황상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절망보다는 새로운 시도의 인터뷰를 완성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회이자 하나의 현상이라 받아들이며 가상 인터뷰를 시도해 보고자 합니다. 지금부터 시작하는 인터뷰는 박서보 작가의 작품과 인터뷰들을 읽고 알게 된 사실과 느낀 점들을 토대로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저의 생각이 가미된 형태로 써봤으니 오해 없이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독한 단벌신사 (이하, 고단신) :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박서보 작가는 하루에도 10시간 이상 작업에 몰두하기 때문에 연희동의 집이자 작업실인 기지(Gizi)에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는 새로운 시도를 할 때면, 사람들에게 공개하기 전에 스스로 매우 고민하며 혼자서 답을 찾는 화가입니다. 심지어 제자나 보조 수행자가 없이 모든 작업의 공정을 혼자서 하다 보니 늘 작품에 몰두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단신 : 화가(창작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가요?

 

박서보 작가는 1931년 경상북도 예천에서 태어나 그리 유복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하지만 태어나기 전, 부모님이 본 박 작가의 사주가 세계적인 큰 인물이라고 해 집안에서 큰 기대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의 진로를 그림으로 결정해 부모님은 적지 않은 충격에 빠졌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그 당시에 화가는 직업으로 인정해 주지도 않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국에는 세계적으로 큰 인물이 된 것을 보면 무엇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떻다기보다는 화가든 뭐든 간에 자기 자신을 알고, 자기 자신을 믿고 계속 자신을 발전시켜가기 위한 노력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주지 않을까요?

 

고단신 : 지금까지 작품을 만들어오면서 외롭다고 느끼신 적이 있나요?

 

이것은 온전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과연 외로움을 외로움이라고 말 할 수 있는 만큼은 어느 정도일까요? 그저 혼자 있는 것이 싫은 기분을 느끼는 것이 외로움일지 아니면 더 큰 공허함을 느껴야 외로움이라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 외로움의 기준 또한 점점 높아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는 마냥 어느 한 공간에 혼자 있는 것이 외로웠는데 정작 무언가를 만드는 삶을 살다보니 함께하는 것보다 혼자해야하는 것들이 더 많아지면서 외로움 또한 무뎌지고 있고 그래서인지 외로움을 달고 사는 것인지 아니면 이제 외로움에 익숙해져 외롭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애써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데 말입니다.

 

 

 

 

고단신 : 힘든 순간이 왔을때 계속해서 한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나요?

박서보 작가는 오로지 국내에서만 교육을 받았습니다. 칠십년 넘게 그림만 그리면서 진실한 나의 것’이 있기에 언젠가는 세상이 본인의 그림을 알아봐줄 날이 올 것이라 믿어왔다고 합니다. 팔순이 넘어서야 비로소 세계 여러 도시에서 본인의 작품을 전시하고 싶어하는 곳이 많아지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하고요. 아마 한 길을 올 수 있었던 힘이 뭐냐고 물어보게 된다면 아마도 온전히 스스로를 가감없이 바라보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 그리고 그런 행위가 유의미할 것이라는 믿음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단신 : 작품을 만드는 것이 직업인가요, 삶인가요?

이 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작품을 만드는 것은 삶이지만 작품이 팔리기 시작하고 그때서야 직업이 아닐까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결국에는 작품을 만드는 어떠한 행위가 삶이라고, 직업이라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네요.

 

 

 

고단신 : 살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 혹은 장면은 무엇인가요?

불자인 박서보 작가는 어느 날 갑자기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된 김일엽 작가를 찾아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부처를 얼마나 자주 만나는 지 물었다고 합니다. 김일엽 작가가 부처를 자주 만난다고, 그 부처는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한 대답에 큰 깨달음을 얻고 스스로를 비우고 자기 자신을 만나는 일을 수련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분명 진실한 나의 것’을 완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순간이 아니었을까요.

 

 

 

 

    1.  
    2.  

고단신 : 우리나라 예술에 대한 세계적인 인지도가 생긴지 오래되지 않아 한국인 화가로 살며 어려웠던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가장 서글펐던 순간이 있다면요?

  1.  
  2. 아시아의 예술은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술적 토양이 빈약하기도 하고 심지어 우리나라의 예술은 일본보다도 알려지지 않았죠. 이러한 허들을 하나씩 넘어온 박서보 작가는 한국 현대미술의 힘과 매력을 알리기 위해 국내 서양화 단체인 현대 미협’을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아쉬운 순간이 있다고 한다면 묘법을 처음으로 전시한 곳이 일본이었는데 그 이유가 우리나라에서 묘법을 전시해 봐야 평론가들은 이것도 그림이냐?라고 할 것이 뻔해서였다는 생각을 가진 만큼 그런 우리나라 미술계의 현실이 서글프지 않았을까 싶네요.  

 

고단신 : 모든 카테고리에 있어서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박서보 작가의 많은 인터뷰에서 미루어 봤을때, 패션에도 관심이 지대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뷰 사진들을 보면 다양한 모자와 안경, 스카프 등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지팡이는 1980년대부터 미래에 사용할 때를 기다리며 마음에 드는 것을 모았다는 일화도 있고요. 박서보 작가가 패션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 보이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했는데요.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이 무엇일까 유추해 본다면 아무래도 옵션을 많이 넣고 컬러에 펄을 추가해 1년을 기다려 갖게 된 레인지로버가 아닐까 싶네요.

이 작품 시리즈의 제목인 Ecriture는 프랑스어로 쓰다 혹은 새기다를 뜻한다. 이 시리즈에서는 박서보 작가에게 그린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그의 색 표현을 보면 단풍, 올리브, 유채꽃, 벚꽃, 홍시 등 자연이 내는 붉은색, 황금색, 노란색 등이 연상된다. 가운데 왼쪽부터 Ecriture(描法) No.110502 170×230cm 캔버스에 한지 2011, Ecriture(描法) No.161120 200×130cm 캔버스에 한지 2016, Ecriture(描法) No.140410 130×200cm 캔버스에 한지 2014

 

 

고단신 : 현 시대를 주도하며 살아가는 젊은 창작자들이 꼭 알면 하는 삶의 태도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전 인터뷰의 답변을 빌리면, “위대한 예술가가 되려면 그 시대를 꿰뚫어보는 통찰력, 식지 않는 열정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것만 제대로 유지하고 살면 돼요. 지식이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다. 지식으로 그리면 그림이 지식에 갇혀버려요. 자유를 억압하는 규범을 넘어서는 게 창의력이에요. 책도 많이 읽으면 좋지만, 이 세상 모든 게 선생이라고 생각하세요. 진리가 하늘이나 책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주변에 널려 있으니 그걸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결국 머리는 깨어있어야 하고 신념을 깨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마음을 다독이는 파스텔 색조의 작품들. 왼쪽부터 Ecriture(描法) No.080423외 3개, 75×58.3cm, 캔버스에 한지, 2008

 

 

벚꽃과 유채꽃이 만개한 봄이 생각나는 작품들. 왼쪽부터 Ecriture(描法) No.130124외 2개, 100×75cm, 캔버스에 한지, 2013
에필로그
지금까지 에필로그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점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21화는 실제 인터뷰가 아닌, 기존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추측하는 형태의 가상 인터뷰라 그런지 교감하면서 느낀 점은 없지만, 인터뷰가 불가능한 경우에 좌절하고 포기하기보다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서 무언가를 끝까지 완성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만남과 만나지 못함에서 발생하는 차이가 꽤나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약 2년 동안 만나서 소통하지 못하여 대면일 때보다 더 발전하지 못한 관계들도 떠오르기도 하고 말이죠.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더라도 결국 사람은 만나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이번 편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고독한 단벌신사는 콘텐츠 촬영을 빌미로 음식 혹은 제품의 무료 제공을 원하거나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느낀 점을 좀 더 자유롭게 쓰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 중요한 것은 저희는 홍보 파급력이 기대 이하이거나 없습니다. 귀찮게 찾아가서 요청하였으나 좋게 생각해주시고 승낙해주신 모든 업체분들께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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