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LY GENTLEMAN IN HIS ONLY SUIT 22
고독한 단벌신사 : 제 22화 큔
고독한 단벌신사(Lonely Gentleman in His Only Suit)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소개하는 SSC 연재물로, 원덕현 디렉터가 직접 단벌 착장을 입고 평상시에 좋아하는 공간 혹은 가고 싶었던 공간을 찾아갑니다. 카테고리와 지역, 인물 등 상관없이 골고루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스물 두번째 고독한 단벌신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주제
발효 카페 큔(Qyun)
장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26길 17-2
영업
낮큔 수~일요일 11:00~15:30
밤큔 *예약제 목~토요일 1부 17:00~19:00
2부 19:30~21:30
문의
010-5079-0591
크레딧
출연 원덕현
촬영 홍두리
작가 박진명
프롤로그
어느 밤, 청와대 근처를 산책할 때였습니다. 주변이 모두 깜깜한데 어디선가 따스한 노란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더라고요. 이끌리듯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내부 전경이 살짝 보였는데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충분했습니다. 문 앞에 큔(Qyun)이라고 적혀있더군요. 발효 식품과 발효 음식을 파는 발효 카페'였습니다. 안에 있던 직원에게 영업 시간을 물어보곤 그날은 발길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주말에 다시 한번 이곳을 찾았습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샌드위치와 카레, 레몬 에이드와 드립 커피를 주문했어요. 개인적으로 카레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요. 수프처럼 떠먹을 수 있는 만큼 묽었고, 고기 베이스의 양념을 먹었을 때와는 달리 더부룩함 없이 담백했습니다. 이후에도 몇번을 오가며 언젠가는 고독한 단벌신사'에서 꼭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뷰를 요청드렸고 감사하게도 흔쾌히 응해주셨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인터뷰를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고독한 단벌신사(이하 고단신) : 어느 밤에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다 불빛이 없어야 하는 곳에 불빛이 있더라고요. 그 빛을 따라가다 이곳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큔’이라는 이름이 굉장히 강렬한데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큔 정성은 대표(이하 정성은) : 먼저 이 공간의 이름을 지을 때 자연스럽게 발효를 나타내는 이름을 쓰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버섯 균(菌)을 생각했어요. 한자 자체가 굉장히 예쁘거든요. 곳간 안에 쌀이 있고, 그 곳간 위엔 곰팡이를 뜻하는 한자가 있어요. 하지만 균이라는 단어가 일상에서 사용하기에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기 때문에 쉽사리 쓰지 못하겠더라고요. 여기서 조금 틀어 생각하기로 했어요. 균을 중국에서는 이 한자를 준’이라고 읽고, 일본에서는 ‘킨’이라고 발음하거든요. 살짝 비틀어서 큔’이 탄생하게 된거죠. 

 

큔 김수향 대표(이하 김수향) : 큔에 ‘Q’를 쓴 이유도 저희가 다루는 균 종류가 대부분 동그랗기 때문이에요. 그런 느낌까지 고려해서 K가 아니라 Q를 사용했죠. 자연스레 발효를 떠올리게 하려고 그런 디테일까지 신경썼어요. 

 

 

가을 채소와 바냐카우다 핫 샌드위치 9000원. 밀양 박춘상 농부의 연근, 살짝 찐 양평 자라다팜 줄기콩과 줄무늬 비트, 홍성에서 온 루꼴라로 만든 페스토 등이 들어갔다. 이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메뉴다.

 

 

 

 

고단신 : 그렇군요. 발효 음식점을 오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수향 : 이 건물은 서울시 소유예요. 공간 프로젝트 팀이 서울시의 수주를 받아 셰어하우스를 먼저 만들었어요. 저희는 그때 홍대 근처에서 유기농 채소 카페인 ‘수카라’를 운영 중이었는데요. 그 팀이 저희에게 수카라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제안이 왔어요. 사실 처음에는 공간 크기와 위치가 애매하다는 이유로 거절했지만, 땅을 파면 지하에 작업실을 만들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죠. 그냥 오가닉 카페였던 수카라가 농부시장 마르쉐@를 연 이후로 좋은 채소들을 더 많이 접하게 됐어요.

 

그 신선한 채소들을 오랫동안 좋은 상태로 보존하기 위해서, 또 채소 요리에 필요한 감칠맛을 내기 위해서 발효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하던 때였어요. 포화 상태였던 상황에서 작업실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매력적이었죠. 이곳을 발효에 집중하는 공간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 제안에 응하게 됐어요.

 

고단신 : 그럼 수카라는 큔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맨 처음으로 돌아가서 유기농을 테마로 공간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김수향 : 15년 전, 처음 유기농을 접하게 됐어요. 그땐 유기농이라는 단어가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때였어요. 그때 수카라 카페 2층에서 일본에서 출판하는 한국문화잡지 <수카라>의 편집부가 있었어요. 제가 그때 편집장이었고요. 월간지를 내다 보니 생활이 엉망이 되더라고요. 특히 홍대 쪽은 밤이 되면 제대로 된 음식을 먹기가 어려운 환경이었어요.

 

그 당시 일본에서는 유기농 카페가 유행을 선도하기 시작했을 때라 일본에 자주 오가던 저는 유기농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 순전히 제 생활에 건강한 변화를 주고 싶어서 유기농 채소 카페를 오픈하게 된거죠. 그때 유기농이라고 하면, 농약을 치냐 안치냐와 같은 단순한 개념으로만 생각했었는데, 하다 보니 굉장히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이뤄진 테마더라고요. 

 

고단신 : 정 대표님은 언제 합류하게 됐나요?

 

정성은 : 저는 2016년 쯤 수카라에서 함께 일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주방 보조로 들어가게 됐는데요. 저는 커피와 음료 제조 일을 하다가 간단한 조리를 막 배우기 시작할 때였어요. 원래 요식업 쪽 종사자가 아니었어요. 영화사에 들어가려고 영화사 건물에 있는 카페에 취직한 게 시작이었거든요. 

 

 

 

큔의 김수향 대표는 농부시장 마르쉐@의 공동 기획자이기도 하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 30분 부터 4시 30분까지 큔 앞에서는 작은 채소 시장이 펼쳐진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원하는 작물을 판매하는 농부에게 예약을 하면 구매할 수 있다.

 

 

고단신 : 2019년 12월에 오픈해서 이 동네에 들어온지 2년이 다 됐는데, 와보니 어떤가요?

 

김수향 : 일단은 관문을 통과해야만 들어올 수 있고 상업시설이 존재하지 못하는 골목이잖아요. 그래서 유동성이 없긴 해요. 하지만 저희가 이곳에 있으면서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동네에 생기도 생기고, 서울에 이렇게 한적하고 조용한 골목이 있었냐며 새로운 골목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특히 밤이 되면 주변이 모두 적막해지는데요. 어둠 한가운데 켜져있는 불빛 아래서 술 한잔 기울이는 특별한 경험을 재밌어 하는 분들도 있고요. 

 

정성은 : 처음에 이곳에 왔을땐 여기까지 사람들을 어떻게 유인할까라는 고민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이 자리가 큔을 더욱 빛내주는 것 같아요. 주말에는 항상 경찰과 버스, 바리케이트가 있어서 손님들이 오기에 불편하진 않을까 걱정이었어요. 그런데 손님들이 오면 안되는 곳에 방문한 것처럼 약간의 쾌감을 갖는 분들도 있는 등 다함께 즐겨주시니 고마울 뿐이에요. 

 

고단신 : 발효 카페가 한국에서는 드문 형태인데요. 발효 카페가 무엇인지 자세하게 설명해주세요. 

 

김수향 : 쉽게 이야기하면 저희가 다루는 건 미생물이에요. 발효는 미생물 분해의 결과고요. 큔은 인간에게 유익한 균에 대해 연구하고 맛 보여주는 곳인 셈이죠. 미생물의 힘 덕분에 인간이 얻고 있는 가장 큰 혜택은 흙이에요. 흙은 인간의 입장에서 발효된 미생물의 덩어리고, 흙에서 우리의 모든 먹거리들이 나죠. 사실 지금 대한민국의 농약 사용률이 세계 1위에요. 우리는 미생물이 없는 흙에서 나는 채소를 대부분 먹고 있단 이야기예요.

 

그런데 저희는 미생물이 키운 채소들을 먹다 보니까 그 맛의 차이와 질감을 선명하게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런 재료들을 활용해서 다시 미생물의 힘을 빌려 또 발효를 시켜요. 건강한 감칠맛의 근원이 바로 발효고요. 사실 우리는 새삼스럽게 발효라는 이름을 붙이지, 인류는 계속해서 발효의 역사 위에 서 있었어요. 얼마나 특별하고 귀한지를 모를 뿐이죠.

 

특히 우리네 엄마들이 만드는 김치가 사실은 최고의 발효 식품 중 하나거든요. 지금 전세계적으로 발효가 유행하고 있는데, 김치가 절대 빠지지 않아요. 다음으로는 조선 간장, 조선 된장이 최고의 뒤를 이어요. 한국 사람들은 매일 먹는 음식이라 오히려 의식하지 못하죠.  

 

 

 

 

고단신 : 미생물이 있는 채소를 수급받을 수 있는 농장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아요. 

 

김수향 : 미생물이 제대로 가득한 채소를 키우는 농부는 사실 1%로도 안된다고 볼 수 있어요. 게다가 미생물이 극대화된 채소는 사실 노지 채소예요. 하우스에서 키우는 채소는 또 다른 차원의 미생물이 있거든요. 저희가 가장 가치를 두는 것은 비닐과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햇빛과 바람 등 자연물을 그대로 맞고 자라는 노지 채소에요.

 

사실 노지 채소도 거창할 게 없어요. 농약이 생기기 이전에 모든 사람이 먹었던 채소들이죠. 그런 채소들로 음식을 만들고 싶어서 다품종 소량생산하는 농부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게 바로 지금의 농부시장 마르쉐@가 된 것이고요. 10년 전에 마르쉐가 출범했을 때는 그렇게 생업을 유지하는 농부들이 별로 없었어요. 그걸 사고 팔면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지 못했죠. 하지만 3년 뒤부터 그런 농부들의 채소가 팔리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농부들도 생업으로 삼을 수 있게 되었죠. 건강하게 농사짓고 계신 분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예요.  

 

 

 

 

고단신 : 발효 카페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김수향 : ‘발효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곧 저희가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인 것 같아요. 사실 발효 음식을 먹으며 인류는 지금껏 살아왔고, 특히 한반도 사람들은 엄청난 발효 문화를 쌓아왔는데 막상 너무 익숙해서 그 가치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정말 아쉽거든요. 발효 문화가 재조명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저희는 발효 카페를 열었어요. 동시에 제대로 발효된 채소들이 주는 엄청난 기쁨을 전달하고 싶어요.

 

고단신 : 메뉴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정성은 : 김 대표의 말과 이어지는데요. 보통 어떤 메뉴를 구성할때 채소 종류 위주로 스케치를 하잖아요. 제철 채소의 수확 스케줄에 초점을 맞춰 구성하고 있어요. 제가 자연 농사 짓는 분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있었는데요. 그때 콩을 며칠 쯤에 심을까요?라고 묻자 그 분이 이렇게 말하길 버찌가 익기 전에 심으라’고 하더라고요. 어떤 날짜의 개념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어요.

 

버찌가 익기 전에 새들이 콩을 주워먹는대요. 그래서 버찌가 열리면 심은 콩을 안 먹고 버찌를 따먹으니까 그때 콩을 심으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정말 놀랐어요. 이떤 시간이나 날짜가 아니라 자연에 맞춰진 시기에 맞춰 작물을 심는 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죠. 그 작물의 컨디션과 제철 채소가 나오는 시기에 맞춰 메뉴가 자연스럽게 그 중심으로 맞춰지고 있어요. 

 

 

 

원덕현 디렉터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이자 큔의 대표 메뉴인 구운 채소와 비건 발효 버터 커리 16000원. 비건 방식으로 발효한 버터와 캐슈 두유 요거트, 예닐곱가지 제철 채소와 템페가 들어간 토마토 베이스의 커리다.

 

 

고단신 :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무엇인가요?

 

정성은 : 수카라의 초대 셰프가 만든 초기 메뉴인 버터 치킨 커리가 있어요. 나중에 자연스럽게 채소 기반의 카페로 넘어가면서 닭고기 전체를 쓰지 않고 닭다리만 쓰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어요. 닭다리를 뺄 경우 어떤 맛으로 채울 수 있을까라고 전체 회의를 했어요. 그 결과 닭고기를 구운 채소로 대체했지만 버터를 대신할 수 있는 재료를 찾진 못했죠. 그러다가 2~3년 쯤 저희가 직접 비건 발효 버터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버터와 굉장히 흡사한 맛의 지점을 찾았고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서 커리 메뉴는 15년 가량 저희가 쌓아온 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수향 : 한번에 모든 걸 바꾼다기 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저희가 원하는 방향으로, 지속가능하다고 믿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요. 저희는 비건 메뉴도 있고 아닌 메뉴도 있거든요. 사실 옛날부터 저희는 채식으로도 충분히 지속가능성 있는 식단을 꾸려가는 걸 지향하기는 해요. 하지만 그걸 내세우고 싶진 않아요. 우리가 즐거우니까, 그런 재료들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속이 편하고 맛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거지 지구를 위해서 함께 하자고 그렇게 거창하게 이야기하고 싶진 않아요.

 

저희는 메뉴에 식물성이냐 동물성이냐 등의 사전 정보를 알려드리긴 해요. 알고 먹는 사람들의 노력을 더 존중하니까요. 하지만 식물성이라서 더 맛있다는 등의 이야기는 원치 않아요. 동물성이든 식물성이든 상관없이 이 음식이 맛있었으면 좋겠어요. 

 

 

 

 

 

고단신 : ‘밤큔’이라고 불리는 저녁에는 예약제로 바뀌잖아요. ‘낮큔’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정성은 : 저희가 밤과 낮을 구분지은 이유는 분절성을 고려했던 건 아니고요. 처음에는 준비 과정에서 밤까지 할 여력이 안 돼 낮에만 운영을 했었어요. 하루는 큔을 도와줬던 친구들이 모여 다함께 파티를 했는데 밤에 보는 바깥 경관이 정말 좋더라고요. 밤에 굉장히 매력적인 공간임을 깨닫고 밤큔을 열게 됐죠.

 

낮큔은 매장에 와서 조금 기다리더라도 주변의 경관이 좋고 산책할 만한 곳이 많아서 좀 둘러보면서 기다려도 괜찮겠다는 생각에서 예약없이 워크인을 하고 있고요. 밤큔은 밤에는 예약없이 왔다가 헛걸음 하게 될 경우 산책할 수도 없고 마땅히 주변에 대체할 만한 식당이 없기도 해서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어요. 

 

고단신 : ‘밤큔’은 ‘낮큔’ 과는 완전히 다른 메뉴로 운영한다고 들었어요. 

 

정성은 : 밤에는 월마다 다른 주제를 갖고 있어요. 지난 달 같은 경우에는 허브와 스파이스가 주제였는데요. 노지 채소를 거둬들이는 마지막 달이었어요. 허브의 꽃들도 맛있지만 꽃이 결구를 하면 그게 또 스파이스기도 하거든요. 이처럼 월마다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게스트 셰프를 초빙해서 이 철에 나는 작물과 발효, 그리고 셰프의 아이덴티티를 더해 밤큔을 운영하고 있어요. 11월에는 <정조지>라는 조선 후기에 쓰여진 요리 백과 사전에 나왔던 요리를 재해석해 메뉴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고단신 : 큔을 한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요? 

 

정성은 : 큔이라는 가게를 설명할 때 큔은 발효 식료품을 만드는 곳이고요. 그 식료품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알려주는 게 저희의 메뉴라고 생각해요. 낮에는 카페테리아고, 밤에는 간단히 술 한잔 곁들일 수 있는, 그런 공간입니다. 가끔 손님들이 큔을 레스토랑으로서의 고매함 같은 것을 기대할 때가 있어요. 저는 큔을 그런 레스토랑이 아니라 간단한 식사를 건강하고 맛있게 해결할 수 있는 곳이라고 여겨줬으면 좋겠어요. 

 

김수향 : 와인을 물잔에 마시더라도 즐겁게 마실 수 있잖아요. 큔 안에서만큼은 그런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식사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고단신 : 마지막 질문입니다. 각자가 갖고 있는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김수향 : <수카라>에 있을 때부터 저의 본업은 한국 음식 문화를 해외에 소개하는 일이에요. 재일교포로서 한반도에서 꽃 피어온 발효 문화를 알리고 싶어요. 또, 한국의 발효 기술들이 정말 엄청난 수준인데요. 그걸 제 것으로 만들고 싶어요. 한반도에 있는 제대로 된 발효 중 제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꿈입니다. 

 

정성은 : 원래 발효는 기본적으로 누구나 갖고 있는 생존에 필요한 기술이었어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김치라든가 장류는 모두 사서 먹게 되었잖아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그 발효 기술을 누구나 조금씩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큔이 그 계기가 되길 바라고요. 

에필로그
인터뷰를 진행하며 예약제로 운영하는 '밤큔'이 궁금해졌습니다. 때마침 제 생일이 가까웠던 시기라 올해 생일은 이곳에서 조용히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낮큔'과 달리 매월 달라지는 주제로 운영되는 '밤큔'의 11월 주제는 '정조지 늦가을 주안(酒案)'이었습니다. 조선 후기에 정리된 '정조지'는 동아시아의 다양한 요리법을 총 망라한 책인데요. 정조지 속 요리법을 발효 테마로 풀어낸 이번 시리즈는 채식 요리 연구가인 석은진 셰프와 함께 진행합니다.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발효의 맛'이라는 제목으로 식물성 음식과 내추럴 와인, 아이스크림, 내추럴 위스키를 사용한 하이볼 등이 구성되어 있더라고요.

밤큔을 실제로 와보니 왜 예약제로만 운영하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시간은 그들에게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닌, 하나의 전시이자 실험이며, 이렇게 쌓이고 쌓인 아카이브는 그들의 꿈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음식 하나하나를 설명할때면 순수한 눈빛과 표정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무언가를 순수하게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진정한 내추럴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밤이었습니다.
고독한 단벌신사는 콘텐츠 촬영을 빌미로 음식 혹은 제품의 무료 제공을 원하거나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느낀 점을 좀 더 자유롭게 쓰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 중요한 것은 저희는 홍보 파급력이 기대 이하이거나 없습니다. 귀찮게 찾아가서 요청하였으나 좋게 생각해주시고 승낙해주신 모든 업체분들께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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